오랜만에 홍대에 있는 알디프를 다녀왔다.
계절마다 다른 티코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계절마다 가려고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여러모로 일정이 미루어져 가을 코스가 끝나기 직전에 겨우 다녀왔다.
알디프 티코스는 미리 네이버 예약을 통해 예약을 하고 갔다.
예약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대기석에 앉아있는데 창가에 놓인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이번 가을 코스는 문학사와 콜라보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니 이런 글귀를 놓았나보다.
온 순서대로 자리를 고를 수 있
어 준비된 책 중에서 제목이 가장 인상적인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책 앞에 앉았다.
미니 코스와 메인 코스가 있는데 그 계절에 처음 방문하는 것이라면 메인 코스를 추천한다.
아무래도 코스의 진행이 메인 코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첫 방문에는 메인 코스가 좋다.
모든 손님들이 메뉴를 고르고나면 코스가 시작된다.
웰컴티는 티 마스터가 그날 그날의 날씨라든지 여러 상황들을 고려해서 내놓는다.
살짝 더웠던터라 내심 시원한 차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이렇게 시원하게 나와서 좋았다.
스페이스오디티는 레몬즙이 들어가면 색이 변하는 재료가 들어있어 색의 변화를 즐길 수 있는데
웰컴티지만 레몬즙도 준비하여 제공하는 점이 좋았다.
덕분에 이렇게 예쁜 보랏빛을 볼 수 있었다.
알디프는 일반적인 밀크티와 다르게 차를 진하게 우리고 그 위에 크림을 얹는 방식의 밀크티를 제공한다.
사실 나는 우유맛이 진한 밀크티를 좋아하여 알디프의 밀크티를 썩 좋아하진 않는데
그래도 위에 얹어진 크림이 맛있어서 항상 끝까지 마신다.
이번 가을 코스에서 제공된 밀크티는 경화수월과 리스브렉퍼스트를 우려 위에 팥크림을 얹은 밀크티였다.
알디프에서 제공하는 티 칵테일을 참 좋아하는데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매 시즌마다 새로운 티 칵테일이 나온다.
이번 가을 코스에만 판매한다는 루이보스 베리 에이드를 주문하였다.
알코올이 들어간 티 칵테일을 주문하면 들어가는 술의 양을 결정할 수 있다.
작은 잔, 큰 잔, STOP 이렇게 세 종류를 제시해서 빵 터졌다.
STOP은 손님이 스탑을 외칠 때까지 술을 계속 부어준다고 한다.
평소에 루이보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맛이 너무 강할까 걱정이었는데 의외로 루이보스의 맛은 강하지 않고 상큼했다.
복분자주의 맛도 크게 치고 올라오지 않으면서 전반적으로 달달하고 상큼해서 맛있었다.
계속 차를 마시다보면 뱃속이 헛헛한 느낌이 드는데 이 때쯤 나온 디저트가 반가웠다.
얇은 통밀 크래커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건무화과를 올렸는데 바삭한 식감과 쫄깃한 식감이 어우러져 맛있었다.
네번째 메뉴는 계란 흰자와 차를 섞어 만든 티 칵테일이었다.
장미 오일이 들어가고 장미를 얹어 아주 화려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잔은 사과파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디저트티였다.
작은 잔에 버터를 넣고 잔의 입구에 버터를 발라 설탕을 묻히는 등 다른 메뉴보다 준비과정이 복잡해보였다.
버터도 일반 버터가 아닌 세 가지의 버터를 섞어 얼린 버터를 사용한다고 한다.
바디앤소울과 샹들리에, 두 차를 섞어 따뜻하게 우려 마치 방탄커피처럼 버터를 녹여 먹는 음료였는데
아쉽게도 내 입맛에는 영 느끼해서 어색했다.
어느정도 맛을 보고 요청하면 시나몬 가루를 뿌려주는데 그걸 뿌리니 버터의 느끼함이 잡혀 조금 나아졌다.
항상 갈 때마다 놀라움을 주는 알디프는 이번 가을에도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벌써 겨울 코스가 시작되었던데, 이번 겨울 코스도 놓치지 않고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