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비해 홍대 상권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골목골목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있어 구경하기 좋다

최근에 생긴 티룸 FTP라는 곳도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독특한 카페였다

카페가 있을 만한 골목이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할 때쯤 홍대 FTP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택가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상가건물이 즐비한 곳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곳이라서 그런지

비교적 큰 길 쪽에 음료 사진으로 만든 입간판이 놓여 있었다

1층에 불이 꺼져 있어서 영업을 하지 않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1층은 문화 공간으로 대여를 하는 모양이다

카페는 2층에 위치하고 있다

영업시간이 적혀 있는데 확실치는 않지만 2층에서 영업 중인 카페는 월요일이 휴무라고 한다

전화로 문의했을 때는 오후 9시가 마지막 주문을 받는 시간이라고 하는 걸 보니 아직 영업시간이 고정되지 않은 것 같다

조금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카페에 들어갈 수 있다

들어가니 굉장히 깔끔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라서 조금 놀랐다

아무래도 주변이 우중충하고 건물 밖은 조금 초라해서 카페도 그러려니 했는데 생각 외로 깔끔하고 예쁜 카페였다

테이블마다 드라이 플라워가 조금씩 꽂혀 있었고 의자가 그리 편할 것 같진 않지만 안 쪽에 쇼파 자리가 있어 거기에 앉았다

모자이크 처리하긴 했지만 직원이 프랑스인이라고 하던데 한국말이 아주 능숙한 것은 아니지만 주문하는 것에 큰 무리는 없었다

사실 홍대 FTP를 간 이유는 흔치않은 티룸이라서기도 하지만 고양이가 있다는 말을 봤기 때문이었다

까만 고양이는 사진을 찍기 어렵다는데 그래도 이정도면 잘 나온 것 같다

이 고양이의 이름은 론트였는데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예쁜 고양이었다

완전히 검은색 고양이인데도 사진을 찍으면 얼룩하게 나올 정도로 털의 윤기가 돋보였다

그리고 맞은편에서 편하게 그루밍하고 있던 고양이는 구번이라는 고양이었다

제일 좋아하는 고양이는 고등어태비 고양이인데 이 구번이라는 고양이가 고등어태비라 정말 예뻤다

비록 두 고양이 모두 사람에게 애교가 많은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서

쓰다듬는 것 정도는 허락해주는 착한 고양이들이었다

한참 고양이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데 직원이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홍차 종류가 다양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좋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기본적인 블렌딩 정보 정도라도 간략하게 적어 두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이 달의 홍차는 매번 달라지는 것 같은데 직원에게 오늘의 홍차가 무엇인지 물었지만 명확하게 대답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

커피 메뉴가 이것저것 있는데 아이스의 경우 500원이 추가되어 조금 비싼 느낌이 든다

무지개스콘이라고 하여 종류별로 맛볼 수 있는 스콘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직원이 스콘 하나를 서비스로 준다고 하여 따로 주문은 하지 않았다

밖에서 술 사진이 있는 입간판을 봤기 때문에 술도 판매하겠거니 했는데 정말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칵테일은 전부 블랙 벨벳이라고 되어 있던데 뭔지 모르겠다

술을 팔기 때문인지 신기하게도 면 요리도 판매 중이다

어떤 홍차를 주문할지 고민하고 있으니 직원이 시향을 할 수 있도록 가져다주었다

하나하나 맡아보고 고민한 끝에 TWG 1837 홍차와 아이스 헤이즐넛 라떼를 주문하였다

카운터에 가니 멤버십을 가입하면 이런저런 혜택이 있다길래 가입하였다

스콘을 한 가지 고르라고 하길래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오렌지와 초콜릿이 맛있다고 하여 오렌지로 골랐다

아무래도 포토존인 것 같은 테이블이 있었다

해피아워라고 되어 있길래 뭔가 했더니 12-1시에는 아메리카노를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오후 7-8시에는 슈무커 생맥주, 하우스 와인 50% 할인한다고 한다

다른 것보다도 아메리카노 무료는 제법 유용한 혜택인 것 같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새 자리를 옮긴 구번이가 론트에게 폭풍 그루밍을 당하고 있었다

함께 보낸 시간이 긴지 서로 익숙하게 붙어 있는 모습을 보니 애틋하였다

그러더니 스르륵 둘 다 잠들었다

귀여운 찹쌀떡인데 카페 안을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는지 발이 꼬질꼬질하다

론트의 찹쌀떡은 까만색이었다

먼저 주문한 아이스 헤이즐넛이 나왔다

아이스 음료를 주문했는데도 스팀하는 소리가 나서 의아했는데 아이스 헤이즐넛 위에 우유 거품을 얹어주었다

마셔보니 아주 달디단 헤이즐넛 라떼였다

특별히 쓰지도, 시지도 않은 아주 무난한 맛이었다

그리고 가장 고대하던 스콘과 TWG 1837 홍차가 나왔다

스콘은 아쉽게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반죽을 너무 많이 섞은 것 같은데 스콘이 질겼다

뀨우는 스펀지인 것 같다고 할 정도였으니 레시피를 수정하거나 아니면 만들 때 덜 젓거나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함께 내어 준 잼과 버터는 바르기 편하게 포크 대신 나이프를 주는 것이 나을 듯 싶다

그렇지만 홍대 FTP는 종종 가게 될 것 같다

일단 가장 중요한 홍차가 마음에 들었으니 말이다

아이스는 티팟으로 나오지 않지만 핫은 티팟으로 나오는데 찻잔에 티거름망까지 제대로 나온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티팟의 입구 부분이 깨끗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세척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오래 쓰면 거기에 물드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입구 쪽이 깨끗한 티팟을 사용하는 티룸은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 홍대 FTP 티팟 입구는 매우 깨끗했다

티팟의 물 양은 찻잔 가득 3잔 정도 나오는 양이었다

딸기 가향 홍차라고 하던데 아주 기본적인 홍차에 말린 딸기 같은 향이 나서 맛있게 마셨다

궁금했던 차들이 몇 몇 더 있었기 때문에 또 방문할 예정이다

카페 FTP는 홍대입구역 7번 출구로 나와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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