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지난번에 쓴 병상일기 (1)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병상일기 (1)을 먼저 보는 것을 권한다

병상일기 (1)은 여기를 누르면 된다

 

치료를 받은 후 위의 통증은 사라졌지만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위내시경을 하기로 하였다

수면으로 할지 비수면으로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비수면 위내시경으로 선택하였다

일단 수면으로 하면 마취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혹시라도 난동을 부릴까봐 걱정되었고

마취가 잘 듣지 않는 편인 것 같아서 마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또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수면 위내시경의 경우 보호자가 동반해야 하고

마취가 완전히 깰 때까지 병실에 누워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개인차는 있지만 몇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였다

여러모로 단점이 많아 수면 위내시경 대신 비수면 위내시경을 선택하고 전날까지 후기를 찾아보고 걱정을 잔뜩 했다

 

전날 밤 10시 이후부터 검사가 끝날 때까지 물도 마시면 안된다고 하였다

병원이 시작하는 시간으로 예약을 해서 병원에 바로 갔는데 위내시경의 경우 어떤 경로로 검사를 받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증상이 있어 내원을 했다가 내시경을 권유받았기 때문에 보험적용이 되는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추가적인 검사가 없어서 진료비와 처방전까지 포함해서 비수면 위내시경 가격은 19000원 정도 나왔다

 

대기를 하다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위내시경을 받으러 내시경실로 들어갔다

먼저 내시경과 관련한 동의서를 한 장 쓰고 누워서 대기를 하였다

비수면 위내시경을 선택했다고 하니 동의서를 받는 간호사가 굉장히 걱정하였다

원래 젊으면 몸의 감각이 민감하고 나이가 들수록 둔감해지기 때문에

젊은 나이일수록 위내시경을 할 때 구역질 등 반사가 잘 일어나서 수면으로 하는 것이 더 편할 것이라 하였다

그렇지만 이미 각오한 일이고 비수면으로 하겠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애써 괜찮을거라며 안심시키려 했다

 

내시경을 하기 전에 이런저런 약을 맞거나 먹는데 그때마다 각 약의 용도를 들었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확실치는 않지만)위의 가스를 제거해준다는 주사를 한 대 맞고 가스를 배출해주는 짜먹는 약을 먹었는데

이 약은 소다맛이 나면서 맛이 괜찮았지만 이후에 먹은 약은 들척지근하고 끈적해서 맛이 없었다

목을 마취해주는 물약을 입에 머금고 있으라고 하여 비위 상하지만 약을 최대한 목구멍 가깝게 두고 기다렸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삼키라고 하는데 그때까지 삼키지 않고 계속 머금고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에 목에 뿌리는 마취약을 칙칙 두 번 뿌리고 내시경을 시작하였다

 

침 등 분비물이 묻을 수 있으니 머리는 묶어서 넘기고 베개 위에 휴지 등을 깔아준다

침을 흘리라고 통을 대주는 곳도 있다던데 내가 간 병원은 그냥 휴지를 더 깔아주는 정도였다

그리고 마우스피스를 물려주고 잘 물고 있으라고 한 뒤에 내시경이 시작되었다

 

마취를 했어도 목에 내시경 호스가 들어갈 때는 살짝 통증이 있고 불편하였다

그 뒤로는 내장으로 호스가 들어가서 여기저기 쿡쿡 누르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상당히 생소하고 기분나빴다

그래도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는 호흡을 계속 유지하다보니 의사가 거의 다 했다고 하더니 호스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주위 간호사들이나 의사가 내시경 처음 맞냐고 할 정도로 아주 멀쩡하게 내시경을 마쳤다

구역질도 하지 않았고 눈물이나 침을 흘리지도 않았고 몸부림치지도 않았다

호스가 헤집고 다니는 감각이 불쾌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비수면 위내시경은 할 만 했다

 

위내시경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니 딱히 문제가 있지는 않다고 하였다

위염이 살짝 있는데 발적성 위염이라고 하였다

심한 상태는 아니라서 약을 1주일 정도 추가로 먹으면 될 것 같다고 하였다

조직검사나 다른 기타 처치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딱 내시경에 해당되는 금액만 청구되어 19000원 정도로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였다

 

목이 마취되어 있으니 30분 정도 후에 미지근한 물을 마셔보고 괜찮으면 그 후에 죽으로 식사를 하라고 하였다

아무래도 호스가 지나갔기 때문에 마취가 풀린 후에 목이 불편한데 큰 상처 같은 것이 없어서 그런지 금방 괜찮아졌다

미지근한 물 먼저 마시고 감각을 살펴본 후에 죽으로 식사를 하였다

호스가 지나갈 때 느껴졌던 미묘하게 불쾌한 이물감은 느낌 탓인지 꽤 오래 남는 기분이었다

일단 몸 속 이물감은 밤이 되니 잠잠해져고 자고 일어나니 완전히 없어졌다

하지만 의외로 복병은 목의 통증이었는데 전날엔 괜찮았지만 자고 일어나니 아파졌다

검색해보니 꽤 오랫동안 아픈 경우가 많다고 하여 일주일 정도 지내보고 계속 통증이 있으면 다시 병원에 가야한다고 한다

다행히 위내시경 후 이틀 정도가 지나니 목의 통증은 가라앉았다

 

약간의 통증은 남았지만 위내시경 후에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점과 검사 시 큰 무리 없었기 때문에

다음에도 위내시경은 비수면으로 해도 될 것 같다

 

 

쓰다보니 불과 1주일 만에 많은 일이 있었구나 싶다

그래도 큰 문제 없이 원만히 치료가 된 것이 다행이다

지금도 이러저러하게 약을 먹고 있는데 얼추 다음주쯤이면 약도 다 먹고 다시 일상생활을 하는 것에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번에 아프면서 사람 몸이라는게 굳이 병균과 같은 이유로만 아픈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양제를 꾸준히 챙겨먹고 가벼운 산책이라도 매일 다니면서 수분 섭취도 틈틈히 하고 나름 애쓴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나 보다

뻔한 이야기지만 먹는 것을 조심하고 적당한 강도의 운동도 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마치 신년 목표 같은데 본의 아니게 이렇게 여러 의미로 화려하게 2016년을 마무리하게 되어서 참 기분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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