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가급적 매일매일 글을 쓰려고 했고, 최근에는 주중에라도 매일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지난주에는 너무 아파서 도저히 블로그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여서 전혀 글을 쓰지 못하였다

글을 물론이고 댓글을 다는 것도 버거워서 며칠 블로그를 방치했었는데

그런 와중에도 블로그에 와서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

 

어디가 그렇게 아팠는가,라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어렵다

일단은 '위'가 아팠던 것 같다

다소 애매하게 말하는 이유는 의사들의 진단이 제각각이기 때문인데

특징적인 증상이 대부분 위 위치에서 나타났으니 굳이 따지자면 위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평소 위나 장이 좋지 않아서 한의원이며 내과며 병원을 자주 가는 편이었는데

지난주에도 거북하게 뱃속이 불편하여 또 아프려니, 생각하고 가볍게 넘어가려던 참이었다

나중에 시간내서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넘겼다

그런데 서서히 증상이 심해지더니 목요일쯤에는 정말 명치가 너무 아파서 허리를 펴기조차 힘들었다

손으로 눌렀을 때 굉장히 딱딱하게 뭉쳐있고 육안으로 봐도 살짝 부은 듯 해서 이거 큰일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내과에 갔더니 위염 증상이라며 위염약을 처방해주고 약을 먹은 후 위 내시경을 해보자는 말을 들었다

 

아직까지 내시경을 해본 적이 없어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일단 약을 먹고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좀 나아지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자는 아주 아주 안일한 생각을 했더랬다

한의원에 갔더니 한의사는 또다시 왜 이렇게 뭉쳤냐며 찜질을 하고 침을 놓고 부항을 뜨고 물리치료를 받도록 하였다

속이 깨끗하게 아프지 않은 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참다가 더이상 참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서야 한의원을 가기 때문에 내가 다니는 한의원의 한의사는 나를 아픔의 정도를 갱신하는 환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

촉진을 하면 주로 듣는 이야기는 지난번보다 더 심하게 아프시네요,라는 말이었다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다음날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미친듯이 아팠다

한의원을 다녀온 직후에는 좀 괜찮더니 저녁이 되자 다시 심하게 아프고 자고 일어나니 더 아파졌다

증상은 심해져서 숨을 쉬기만 해도 배가 움직이니 아파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밥을 먹는 것도 버거워서 죽을 겨우겨우 먹었는데 본죽에서 반으로 나눠 포장한 죽 한 그릇을 먹기도 힘들었다

잡았던 약속을 모조리 취소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명치가 아픈 것은 여전했고 거기에 열도 나고 목과 코 안이 마르는 등 감기 증상이 있어 덜컥 겁이 났다

검색해보니 이번에 유행하는 독감 증상 중에 복통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고 열이 심하게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어쩐지 내 증상인 것 같아서 이번에는 이비인후과에 가서 증상을 설명하고 독감 검사를 받아보았다

 

독감검사는 간단한 검사지만 거북했다

아주 긴 면봉 같은 것을 콧구멍마다 집어넣고 쑤시는데 아주 아주 깊숙히 집어넣는다

독감 검사 비용은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가격이 비싼 편이다

나 같은 경우는 검사만 실시했고 처방전이라든지 진료비는 따로 받지 않아 25000원 정도의 비용만 지불하였다

대체로 2만원 중반~3만원 초반대 정도의 가격을 받는 것 같다

 

검사 결과 다행히 독감은 아니라고 하였다

나처럼 명치가 뭉쳐서 아픈 복통은 독감 복통 증상과 다르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내 상태가 심각해보였는지 의사가 외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어떠냐며

손수 맞은편 병원에 전화를 걸어 외과 전문의가 진료를 하는지 묻고 복통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있냐며 이것저것 물어봐주었다

질문하는 것으로 봐서는 딱히 친분이 있는 사이도 아닌 것 같은데 고마웠다

 

잠시 망설였지만 소개해준 병원으로 가보았다

접수를 할 때 상황과 증상에 대해 설명을 하였는데 직원의 실수로 외과 의사가 아닌 통증의학과 의사에게 연결해주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통증의학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것은 아주 바람직한 실수였다

 

아마 경력이 많은 의사의 눈에는 한눈에 내 증상의 원인이 보이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의 병력과 상황 등에 대해 찬찬히 물어보더니 수액을 맞고 신경치료주사를 권하였다

수액은 각종 비타민과 마그네슘이 들어 있는 거였는데 가격은 오만원이었다

 

수액을 맞고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되었는데 통증의학이라는 분야가 굉장히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촉진으로 증상을 확인하는데 손으로 일일이 눌러보고 잡아당겨보고 진단을 내린다

나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비명이 나올 정도로 아팠다

의사가 일일이 부위를 확인하고 초음파로 위치를 잡아 주사를 놓았는데 배에 2번, 등에 6번을 놓았다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지만 주사를 맞자마자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부위도 있었다

 

주사 치료를 마친 후 내과에서 처방받은 위염약과 함께 먹으라며 근육이완제, 진통제,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받았다

통증의학과는 원래 가격이 비싼 것인지 수액 가격을 빼도 삼만원 중반대 정도의 가격을 지불해야 했다

 

잠을 잘 자냐고 묻길래 잘 잔다고 했는데도 신경안정제를 처방해줘서 의아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문제는 잠의 양이 아니라 질의 문제였다

신경안정제라는 것은 과민한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약인 모양이다

의사가 판단하기에 내가 아픈 것은 정말 위에 직접적인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스트레스로 인해 몸의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이 되었고 위의 통증은 그 결과 중 하나라고 본 것 같았다

그리고 의사의 판단대로 치료를 한 결과, 정말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일단 다음날부터 허리를 펴고 천천히 걸어다닐 수 있게 되었다

신경안정제 덕인지 꿈을 거의 꾸지 않고 잠을 잤고 기상 시간이 앞당겨져 전반적인 잠의 양이 줄어 들었다

의사도 주사 치료 한번만에 이렇게 효과를 봤다고 하니 놀라는 눈치였는데 촉진을 해보더니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하였다

 

그 뒤로 꾸준히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고 신경치료주사도 한번 더 맞았다

물어보니 대체로 신경치료주사는 일주일에 2번 정도가 최대치인 모양이다

신경안정제는 처방받은 3일을 다 먹은 후에는 추가 처방이 없어 그 뒤로는 먹지 않고 있다

배 쪽은 더이상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지만 허리나 어깨 등 다른 부위에도 문제가 있을 거라며(실제로도 그래서 뜨끔했다)

계속 치료를 하면 다른 곳의 통증도 줄어들고 무기력함이라든지 여러가지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앞으로 주기적으로 통증의학과를 다녀야 할 것 같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치료와 검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다음의 이야기는 내일 이어서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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