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앞머리를 읽다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어 살펴보니 예전에 읽었던 '죽이러 갑니다'의 작가 가쿠다 미쓰요였다.

그때도 가쿠다 미쓰요라는 작가는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 처해진 상황에 대한 흐름을 잘 쓰는 작가구나 싶었는데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종이달은 사람이 살면서 한번쯤 해봤을법한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쓴 소설이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 때문에 고민을 하고 또 포기해야 했던 일들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작게는 어릴 적 지나쳤던 문방구의 작은 지우개부터 크게는 대학 진학이라든가 결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 처하면 사람들이 응당 '내가 돈이 많았다면'이라든지 '내 부모가 돈이 많았다면'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이 종이달을 읽고 가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종이달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은행 여직원이었던 우메자와 리카는 1억엔이라는 큰 돈을 횡령하고 태국으로 종적을 감춘다.

그녀를 기억하고 있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나오는데 이야기의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돈'이다.

지나치게 돈을 아끼는 것에 집착하는 동창,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아내의 씀씀이를 감당할 수 없어 이혼을 하는 전남친,

쇼핑중독으로 이혼을 했지만 그 씀씀이를 고치지 못하고 딸의 인성에도 악영향을 줘버린 요리교실의 친구 등등

모두 그릇된 소비관에 의해 자신의 인생을 갉아먹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생각이나 처해진 상황들이 마냥 소설 속에 등장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한 순간

소름이 돋기 시작한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복권이 당첨되서 10억원이 생긴다면'이라든지

자식을 가진 부모가 하는 생각인 '내 딸(아들)에게는 예쁘고 좋은 옷을 입히고 남들에게 기죽지 않게 하고 싶어',

'이 옷 너무 예쁜데 월급 받았으니까 조금 무리해서 사볼까' 같은 생각들은

누구나 한번쯤 해본 생각이지 않을까.

 

가쿠다 미쓰요는 종이달 소설을 통해서 딱히 그 등장인물들을 비난하지도, 그렇다고 옹호하지도 않는다.

그저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에게 교훈을 주려거나 혹은 혼을 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받아들이지는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그런 책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 스산하고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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